라이프로그


life trifles

나는 남들보다는 꿈을 잘 기억하는 편인 것 같다. 일상에 특이한 점이 없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내가 꾸는 꿈들은 뭔가 좀 기괴한 것이 있는데, 기괴한 거야 꿈이니까 누구나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만, 나는 그걸 어느 정도까지는 기억한다는 데 차이점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오늘 낮에 꾼 꿈은 이랬다. 내가 살고 있는 고시원은 실제로 3층짜리 건물이고 나는 1층 창가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꿈에선 복도식의 2~3층쯤 햇볕이 안 드는 곳이었다. (꿈 속에서) 오후 5시경, 복도를 지나가던 어머니가 내 방에 들렀고, 내 방은 실제와는 다르게 온갖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곳곳에 널린 쓰레기 봉투...

내가 그렇게 산 적도 없고 설사 그랬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은 크게 책망하지 않으셨을 것이고, 꿈 속에서도 역시 그랬다. 하지만 만약 실제로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딘가 부끄러웠을 것이고, 그 꿈 속에서도 좀 부끄러웠던 것 같다. 역시 어머니와 나는 그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토익 시험 결과 발표와 관련된 장면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오늘이 12일에 친 토익 시험 결과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어쨌든, (꿈 속에서)  내 방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으로 그 결과를 확인하는데, 공교롭게도 그 시험을 친 관련자들은 어떤 점수로 그것을 판단하기보단 '합격했어요' 혹은 '불합격이네요'로 판단하고 있었다. 독자들도 알다시피, 토익 시험 자체는 어떤 합격/불합격을 나누는 시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낮잠에서 깬 직후 실제로 토익 점수를 확인하였기 때문에 기억에 혼선이 있다. 그 꿈 속에서 나는 내 결과를 어떻게 판단했더라...? 꿈 속에서 나의 점수는 900점이 훨씬 넘는 점수를 받았던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꿈 속에서의 그 사람들은 그 시험 결과를 합격과 불합격으로 판단하고 있었지만, 역시 같은 꿈 속에서의 나는 현실처럼 점수로 판단했던 것이다. 아무튼, 나는 이렇게 꿈을 기억을 하곤 한다.

며칠 전 꿈은 몇 년 전 죽은 한순이에 대한 꿈이었다. 나는 그 꿈 속에서 한순이를 묻었던 그 산 능선으로, 그 꿈 속에선 아직은 살아있던, 하지만 곧 병사 할 한순이를 데리고 갔다. 과거 사실대로라면 그녀는 죽은 다음에 거기에 가서 묻혔는데, 그 꿈 속에선 살아있는 채로 간 것이다.

실제로 그 능선엔 나무들이 빼곡했고 돌들이 많았고, 꿈 속에서도 그랬다. 나는 어느 지점에 한순이를 배치했고, 거기로부터 10미터쯤 위에 있는 큰 바위 뒤엔 뜬금없게도 북극곰이 어떤 먹이를 먹으면서 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순간 갈등이 되었다. 아니, 갈등 이전에, 저기 무서운 북극곰이 있으니, 한순이를 데리고 일단은 다른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때, 동행자(내 가족 중 누군가였던 것 같다)였는지 아니면 한순이 자신이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군가가 한순이는 그 북극곰에서 잡아 먹히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니, 그대로 놔두고 가는 게 옳다는 반응을 보였다. 적어도 한순이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태도를 보이긴 했다. 그래서 나는 한순이를 그대로 놔두고 능선을 내려왔고, 꿈은 끝났다.

실제로 한순이는 죽기 며칠 전 집을 나갔었다. 한순이가 살던 본가는 시골 아파트 10층인데, 그렇게 늙고 병든 애가 홀로 계단을 내려가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정수기 수리 문제로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어두었을 때였다.

수소문 끝에 보호소에서 데려왔고, 그 후 며칠 뒤부터 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고, 2~3일 버티다가 죽었다. 죽기 전날 밤부터 몸을 가누지 못해 누워서 소변을 싸서 몸이 더러워졌고, 나는 그런 그녀를 물티슈로 닦아주었다. 그리고 내 방에서 재웠다. 밤새 고통스러워했지만, 내가 그녀를 만져주면 조용해졌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다시 거실로 옮겨졌고, 햇볕을 받으며 한동안 누워있다가 의식을 잃었지만, 마지막 기력은 아껴두고 있었는지 마지막으로 나와 작은누나를 분명하게 본 뒤 말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나와 아버지는 평소 대충이나마 봐두었던 어떤 산의 능선에 땅을 파고 그녀를 묻어주었다. 한순이의 마지막 길, 퉁명스러웠던 나의 아버지도 그녀의 마지막에 애도를 표했다.

나 역시 한순이에게...

그동안 함께해서... 18년동안 우리와 함께해줘서...

나는 이 뒤를 이을 수 있을 만한 표현을 죽을 때까지 확정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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