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크리스마스 이브, 외로운 밤과 전설의 밤 trifles

모두가 정치를 말하면, 어쩐지 정치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아진다. 언젠가 다짐한 것은, 모두가 대문자 정치에 복속될 때, 소문자 정치에 복속되고자 한 것이었다. 그 다짐은 잊은 채, 언제나 대문자 정치에 대해 말해왔지만, 특히 오늘같은 날은 대문자 정치뿐만 아니라 소문자 정치마저도 멀리 떠나보내고 싶다. 물론 소문자 정치를 생각하며 살아온 적은 그 다짐 이전이나 이후에나 없었지만...

남쪽 하늘엔 시리우스가 떠있다. 입술이 말라가기 시작한 때부터 보였던 그 별은, 태양보다 10배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게 대체 얼마나 밝은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태양부터가 얼마나 밝은지 이해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시리우스는 쌍성계인데, 훨씬 더 밝은 '별' 때문에 그 근처에 있는 다른 '별'은 내 육안으론 식별할 수 없다. 실제로도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저 별보다) 훨씬 더 작거나 혹은 훨씬 덜 밝거나 그런 '별'인 것 같다.

언젠가 누군가가 어떤 이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을 보았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그 누군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영원히 사는 거요."

아마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맞을 것이다. 언젠가 지구뿐만 아니라 이 우주의 모든 에너지는 사라지게 된다. 모든 게 얼어버리는 것이다. 어떤 일도 발생하지 않게되는 때가 온다. 이것을 소위 '빅 프리즈'라고 하는 것같다. 우주는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데,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는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줄어들기만 하고 있고, 따라서 종국적으로 우주 안에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최후의 인간은 외로울 것이다. 지구의 인구가 70억이라면 즉, 한 인간이 70억 개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수 있을텐데, 아주 먼 미래엔 인간의 개체수가 70억일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한 명의 정신이, 일종의 통신망이, 그 70억(+)을 당연시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나의 정신은 비효율적인 육체를 벗어나 그 통신망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 통신망에서 살아가는 70억 개의 인격을 한 명의 인격이라고 쳐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대가 올 것이다. 인류는 하나인가? 인류의 '절대 정신', 그런 것은 없는 동시에 있을 것이다. 여느 때의 혁명 전야가 그러했듯 말이다. 언젠가는 인류의 근본을 의심케하는 혁명의 시기가 올 것이고, 그것은 과학이 이끌 것이고, 결국 우리는 스스로 최후의 인간이 되어 외로워질 것이다.

말하자면 인류의 개체수가 70억이란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래서 각각의 인격의 수가 70억 개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쌍둥이 형제하고도 즐겁게 대화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게 똑같아도, 단지 다른 개체라는 이유로 말이다.

북두칠성을 본 적이 언제였더라, 정말로 오랜만에 북두칠성이란 것을 보았다. 꼬리에서부터 네 번째 별만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이 북두칠성이란 걸 인식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남쪽을 바라보았을 때 그곳에 시리우스가 있으면, 그 상태에서 정반대로 돌아 하늘을 보면 그곳에 북두칠성이 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하나 더 대답하고 싶은 것이 있다. 지구를 떠나보는 것이다. 잠시라도 좋다. 달까지만 가도 좋다. 인류가 뿌리내리고 역사가 쓰여진 이래로 우리 모두가 바라보았던 저 별들 속으로 가보고 싶다. 영원히 살아야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혹자는 별들의 속삭임을 말하던데, 이 외로운 밤, 마치 어떤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참으로 낭만적인 밤 아니냐고 말을 건내는 것 같다. 시리우스와 북쪽의 일곱 개의 별들.

물론 인간은 지구를 떠나본 경험이 있다. 누군가가 인류의 위대한 한 발자국을 찍은 적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당장은 가고 싶은 동시에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서 가지 않고 있지만, 영원히 산다면, 어쩌면, 아니, 아주 높은 가능성으로, 인류는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정겨운 얼굴들을 뒤로한 채, 망각에 빠져 끝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기억하며, 영원히 살면서, 지구 밖의 다른 곳에서, 아무도 듣지 않는 어떤 시를 읊으며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전설의 밤처럼, 그것이 하나의 순환이었으면 한다. 엔트로피의 법칙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전설의 밤의 도래할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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