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오늘의 단상 trifles

몇 달 전 공무원(9급) 시험을 쳤다. 햇수로 2년~3년 정도를 준비한 것 같은데, 첫 1년(정확히는 2개월)은 두 달(11~12월) 동안 수업 하나 들은 것 말고는 시험 준비라고 할 만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그러니까 작년엔 두 달짜리 수업 하나씩(총 다섯 과목) 정도 듣고, 경제 특강도 듣고, 국어 문법 특강도 들었다. 또 컴활 1급 필기도 땄고, 국어 수험서 한 번 읽었고, 행정법 수험서 반 정도 읽었다. 그리고 11월 정도 이후부터 올해 2월까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이사를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3월부터 문제풀이반 수업을 들었다. 다섯 과목 전부 다, 총 네 달 동안 들었다. 4월에 국가직 9급 시험이 있었고, 6월에 서울직 9급 시험과 지방직 9급 시험이 있었다. 국가직과 서울 지방직은 일반 행정직을 지원했었고, 지방직은 교육 행정직을 지원했었다.

전부 다 떨어졌다. 사실 3월에 문제풀이반을 시작할 때부터 과히 성적은 좋지 않았다. 국어는 60점 정도가 나왔고, 영어는 고무줄 점수(65~95점 정도)가 나왔으며, 한국사는 15점이 나온 적도 있었다(평균적으론 50점 정도). 행정법 역시 60점 정도씩 나왔었고, 사회는 대부분 잘쳤었다(평균 90점 정도).

아무리 그래도 수험서를 (수업 들은 것을 제외하면) 1회독도 하지 않았는데 합격하기는 무리였을 것이다. 국가직의 경우 국어 75점, 영어 85점, 한국사 75점, 행정법 85점, 사회 90점 정도가 나왔던 것 같다. 서울 지방직의 경우 국어 70점, 영어 65점, 한국사 80점, 행정법 80점, 사회 90점 정도가 나왔던 것 같고, 지방 교육행정직의 경우 국어 80점, 영어 85점, 한국사 80점, 행정법 90점, 사회 100점이 나왔던 것 같다.

나의 경우 국어와 한국사-행정법이 좀 어렵고, 특히 국어가 가장 어렵다. 아무리 그래도 수능 언어 영역 만 점에 1등급인데... 수능과는 달리 문법 등 외워야 할 게 많으니 상대적으로 나에겐 잘 안 맞는 것 같다. 한국사의 경우는 그래도 남들이 말하는 것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한국사의 경우도 수능 때 만 점 받았지만 딱히 기억에 남아있는 건 없었는데, 초반에 좀 헤매다가 조금 보다보니 곧 감이 좀 잡히기 시작했다. 두문자로 외우는 것도 딱히 없었다. 실제 시험에서 틀린 문제들도 딱히 두문자 암기로 풀 만한 문제들도 아니었고...

그리고 선택 과목인 행정법과 사회는 실제 반영 비율이 반 조금 넘는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받은 점수 그대로의 비중으로 반영되는 국어-영어-한국사를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10월에 있을 지방직 7급 시험을 위해 경제학-헌법-행정학-행정법 각론 수업까지 듣고 있지만, 국어-영어-한국사에 지금보다 더 큰 비중을 둬야 할 것 같다. 특히 국어 문법은 꼭 다지고 가야할 것 같고, 영어도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 다른 과목에 비해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느낌이다.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었는데,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난 남들의 생각과는 달리 상처(?)란 걸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초에 그런 것에 무덤덤한 성격이기도 하고, 때때로 나 자신이 이런 종류의 task에 대해 지나치게 무감각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 시험 탈락이나 그런 것에 큰 관심이 없다. 물론 관심을 가져야 할 상황이지만, 어쨌든 공부는 나 나름대로 열심히 이해하고 있으니 이런 내 감정에 대해 100%의 비난을 받을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불효를 저지르고 있는 거지만... 딱히 자괴감에 빠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부모님도 그렇게 크게 압박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학창 시절 시험 결과를 확인할 때도 그랬고, 대입에서 수시-정시 모두 전패하고 재수 학원에서 1년을 보낼 때도 딱히 그런 것에 힘들어 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재수해서 진학한 대학도 그냥 성적대로 간 것이었다. '내가 드디어 대학생이!' 같은, '내가 한양대를!' 등의 감정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머리로도 그런 걸 부정하고 싶기도 하고... 촌스럽고 좁은 세계관의 소산인 것 같잖아, 그런 건...

그래도 게 중 그나마 가장 안타까웠던 건 대학생 때 나간 교내 독서 골든벨에서 3등한 거... 사실 그 일에서 감정의 진폭이 크진 않았지만 대입 실패나 얼마 전의 불합격과 비교하면 오히려 그 진폭이 더 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 대회의 경우 3인 1조라 내가 맡은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에서 내가 오답을 내서 결과적으로 나 때문에 떨어진 것이라 팀원들에게 미안했기 때문인 게 더 컸겠지만, 어쨌든 그건 의식하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도 그나마 그 정도의 진폭이라도 있었던 것이리라.

어쨌든 그런 지금의 나는 차치하고, 정확히 말하면 어제 저녁쯤에 강남역에서 한 젊은이가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보았다. (사실 이게 진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28살 정도인 것 같던데, 뭐, 지하철인지 지하철 선로인지를 관리하는 업체의 직원이라고. 알바인지 비정규직인지 하청업체 직원인지 정직원인지 뭐, 그런 건 모르지만, 토요일 저녁에 그렇게 사람 많은 강남역에서 일을 하다가 유명을 달리했다는 걸 보니 내가 알바하던 시절도 생각나고 뭐 그랬다.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할 건 또 없겠지만, 아무튼 나와 비슷한 나이, '젊은이'라는 말을 듣는 나이, 토요일 저녁에도 일을 해야하는 처지였던 그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물론 사고는 날 수 있는 것이다. 안전에 100%는 참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 이성적으로 비판하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다. 감정적으로도 물론 마찬가지고...

언젠가 티비엔 이런 광고가 나왔었다. "천국이 어디갔니?", "천국이 알바 갔다~".

<알바천X>이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회사의 광고였다. 이 광고 역시 비판하고 싶지는 않고, 다만 그 비슷한 시기에 20대 초중반의 어떤 배달 알바생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30분 이내 배달' 뭐, 이런 구호하고도 연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쨌든 그 사고를 접하고 그 광고를 보니 어떤 생각이 떠올랐었다. '천국이는 천국 갔을까?'

어떤 알바 자리가 천국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종류의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다.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감정적으로 그 죽은 친구와 아주 미약하게 이어졌었다. 어제 저녁에 죽은 그 친구와 마찬가지로...

사람은 죽고 누구는 오래 살고 누구는 일찍 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못 다 핀 꽃이 지는 건 언제나 슬픈 일이다. 부디 (아닐 확률이 높겠지만) 그 친구들의 이승에서의 삶이 즐거웠기를, 천국에선 즐겁게, 아프지 말고, 안전하게 알바를 할 수 있기를, 그 친구들을 전혀 모르는 내가 간절히 바란다. 아무 도움도 안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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