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어제 꾼 개꿈 이야기 trifles

그냥 잊고 넘기기에는 너무 지독하고 아주 버라이어티 했던 꿈이라 이렇게 글로 남겨두기로 한다. 나는 평소 과음을 하면 할수록 꿈의 스케일이 더 커지는 특징이 있는데, 이번에는 하루 걸러 그런 꿈을 꾸게 되었다. 말하자면 난 어제 술을 마신 게 아니라 그저께 술을 마셨던 것이다.

꿈은 경복궁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지도의 크기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가늠할 수 없지만, 경복궁과 그 주변 지역은 내가 요즘 즐겨했던 삼국지6pk의 형태 및 구분과 비슷했다. 그러니까 난 그 지도에서 남쪽, 즉 유비와 손권가 조조의 중원 세력을 몰아내고 또 그 유명한 관우가 삶을 마감했던 형주 쪽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경복궁에서는 광화문 조금 안 쪽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 혼자였는지, 아니면 일행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동쪽으로 이동했다. 손권의 영토였던 동오 지역으로 간 것이다. 왜 삼국지 이야기를 계속하는가 하면, 실제로 꿈 속에서의 난 그런 식으로 경복궁 안과 밖의 영토를 파악하고 있었다.

어디론가 향하던 길에 뜬금 없이 체조 선수 신수X 양을 만났다. 그녀는 아마 내 선배의 여자친구였는데, 그게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꿈 속에서도 애매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그녀가 어디 경복궁 안의 조그만 박물관 혹은 전시회장으로 들어갔다. 나도 들어갔고, 전시회장엔 그녀와 나, 둘 만 있었다. 약간 늦은 오후 오래된 건물 안으로 조금씩 들어오는 햇빛의 분위기는 참 묘했다.

그러다 내가 그녀를 들게 된 일이 생겼다. 그녀가 특별히 아파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어쨌든 난 그녀의 등 부분과 무릎 뒤 쪽을 들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었을까. 그녀의 몸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마치 온 몸이 여성의 젖가슴 같은 촉감이었다. 뭔가 물렁물렁하지만 탄력적인 그런 느낌 말이다. 나는 그녀를 들고 전시회장 밖으로 나와 한적한 벤치에 앉았다. 사실 벤치에 앉은 건 나 혼자였고, 그녀는 내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그녀는 이제 자기를 내려달라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그러고 싶지만, 아랫도리의 변화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내 후배인 김지X이라는 여자애가 일행들과 함께 그 앞을 지나갔다. 나는 신수X 양을 앉은 채로 그녀에게 인사를 했고, 그녀는 경복궁 모처에서 열리는 연기자 오디션에 참가하러 간다고 했다. '지X이가 연기를?'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뜬금 없자면 지금 내가 이 체조 선수를 대낮에 경복궁 안에서 무릎에 앉히고 있다는 게 더 뜬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 후배 김지X 양은 떠나갔고, 나와 신수X 양만 남았다. 그리고 야릇한 일이 일어났던 것 같다.

예상했던 대로 너무나 좋은 느낌이었다. 마치 아주 오래된 옛날의 전형적인 미녀와 합일을 이루는 느낌이었다. 통통하진 않았지만 너무 몰캉몰캉한 속살 같은 점에서 말이다.

그러다가 그녀와 헤어졌다. 이 부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그녀에게 무슨 사정이 생겼던 것 같다. 난 어느새 경복궁 안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간 건물은 뭔가 고등학교 같았다. 많은 젊은이들이 아까 내 후배 김지X 양이 보러 간다고 했던 오디션을 보고 있었다. 나느 슬쩍 본 후 건물 반대쪽 옆 문으로 나왔다. 그러다 오디션을 마치고 나오는 그들이 보였고, 난 김지X 양에게 그것에 대해 물어보진 않았다.

상황은 다시 옛날 내 사촌동생이 살던 남아그린타X 아파트로 바꼈다. 거기엔 여러 사람들이 있었고, 내 부모님도 계셨다. 부모님은 평소보다 좀 더 파리해보였다. 뭔가 인생에 더 찌든 느낌. 그리고 우리 형제들을 뒷담화하고 있었다. 원래 안 그러시는 분들인데, 좀 이상했다. 그러면서 나와 내 사촌동생들 두 명은 밥을 먹었다. 굉장히 특이한 상에다 밥을 먹었다. 그러니까 상은 원형이었고, 모서리 무분이 위로 치솟아 있었다. 뭔가 못 넘치게 하려는 것 처럼. 아니나 다를까 밥과 반찬은 그대로 평범하게 있었는데, 이상했던 점은 국으로 나왔던 곰탕이 상에 그대로 담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밥과 반찬들 모두는 국 안에 잠겨있었던 것이다. 국을 국 그릇에 퍼서 담으니 그 문제는 해결되었고, 우리는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 형제들을 디스하던 아빠도 조금 늦게 상에 합류했으나 이미 국은 없었다. 밥을 정상적으로 먹기 위해 우리가 다 퍼서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국 없으면 아빠는 밥을...' 좀 걱정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떠들썩한 술 자리가 되었고, 내 후배 김지X 양도 왔다. 내 여자친구 비슷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놀다가 담배를 피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놀이터로 갔다. 김지X 양 말고 한두 명 정도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나진 않는다. 그리고 나도 담배를 피고, 그녀도 담배를 폈다. 그러고 보니 그 동네는 마치 옛날 내가 살았던 구X동과 소X동 느낌이 났다. 밑으로 내려가 굴다리를 지나면 다른 도시로 연결되는 길목에 있는 그런 동네의 느낌 말이다.

김지X 양은 (실제로 내 전전 여자친구였던) 서지X 양과 연락을 나눴다. 그러면서 그녀와 함께 집에 갈 거라고 했다. 난 뭔가 좀 부아가 났지만, 왜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부아가 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꿈에서는 좀 짜증이 났었던 것 같다.

그 잔치(?)는 그렇게 파하고, 난 혼자 소X시장을 지나 집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했다. 시장 옆에는 중학교 두 개가 있었는데, 나는 그 앞을 지나면서 떡볶이 파는 포장마차를 찾아 이리저리 둘러봤다. 하지만 제대로 팔고 있는 곳은 없었다. 씁쓸해하다가 꿈에서 깼다. 꿈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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