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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주의는 반지성주의를 원한다 society

2011년 중순부터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열풍이 등장하면서 일련의 문화평론가들은 <나꼼수>가 가진 '반지성주의'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을 내세우는 <나꼼수>의 열광적인 흥행의 이면에는 '지성주의'의 실패를 성토하는 측면도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에 줄곧 '지성주의'를 이용하여 사회를 비판하던 평론가들은 불만을 나타냈던 것이다. 비판자들 대부분은 <나꼼수>가 가지고 있는 파시즘적 요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그러한 반지성주의로 인해 등장한 것이 MB였으며, 반지성주의적 투쟁의 승리 이후에 필연적으로 발생할 문제들을 여러가지 열거했다. 

특히 진중권은 곽노현 사건에 대한 소위 <나꼼수>가 대표하는 진보(?) 진영의 대응이 한참 잘못됐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진보 진영은 곽노현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버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국면에서 뿜어져나왔던 진보 진영의 반성이, 엉뚱하게 곽노현 사건에 적용됐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러한 측면도 있었다. 대중들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가 터져나왔을 때 그를 버렸으며,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고인이 죽었기 때문에 기소 자체가 없어져버렸고, 대중들은 '우리들은 노무현을 지켰어야만 했다'며 자책했다. 그리고 곽노현 사건이 터졌을 때, 대중들은 곽노현을 버리지 않았다. 그 역시 '돈은 줬지만 선의였다'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도덕적 결백함을 강조했다. 

이에 진중권은 선의든 뭐든 그건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쨌든 돈을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곽노현은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1심 판결이 나온 오늘, 진중권의 의견은 조금 더 설득력을 얻는 듯하다. 곽노현은 '유죄'인 것이다. 어차피 항소를 할 것이고 최종 판결이 나오려면 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중들은 끝까지 곽노현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광재, 김두관, 안희정을 당선시키고, 재보선에서 최문순과 박원순을 당선시킨 대중의 힘이 적어도 올해 말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그 힘이라는 것은, 위의 평론가들의 비판한 '반지성주의'의 측면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대중의 '선택'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나름 변명해보자면, 대중들은 '지성주의를 지키기 위한 반지성주의'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대중이 단순히 '반 이명박 정서'와 <나꼼수>의 선동에 의해 휘말려들고 있다는 인식은 대단히 위험하고, 정확하지 않다. 'MB정부 하에서 '지성주의'는 무엇을 하였나?' 대중들은 지성주의가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엘리트주의, 그렇다면 그 엘리트들은 MB정부 하에서 어떻게 되었는지를 묻는다. 누구는 교수직에서 쫓겨나고, 방송국에서 잘렸으며, 법의 이름으로 심판당했다. 

지성주의가 그 방법론으로 지성주의를 택했지만, 지성주의는 반지성주의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왔다. 이런 간단한 도식화는 말이 안되겠지만, 지성주의는 반지성주의에게 '현실적'으로 이기지 못한다. 노무현 역시 '혁명'이라고 불리었던 2002년 대선에서 돈을 사용했다(한나라당의 8분의1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것은 순수한 '혁명'이었나? 돈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 혁명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지성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선 반지성주의가 필요할 때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순간들이라고 본다. 물론 평론가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반지성주의는 자신이 지켜주었던 지성주의를 공격하려 할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파시즘'일 것인데, 지금의 반지성주의를 이끄는 대중이 그렇게 쉽게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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