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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대하여 Artistic

윤종빈 감독의 신작 <범죄와의 전쟁>(부제: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우리들의 아버지에 대한 영화다. 가족들 먹여 살리기 위해 우리네 아버지들은 뒷돈을 써가며 좋은 자리에 갔고 때로는 그 자리의 힘에 취해 누릴거 다 누리면서도 여동생 시집갈 땐 어머니한테 잔소리 들어가며 집 하나 사주고 그렇게 살아왔던 그 시절 우리들의 아버지들에 대한 영화다.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던, 도덕이든 법이든 안 걸리면 됐고 피하면 됐고 법보다 더 강한 무언가에 붙으면 살아남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단순한 그 시절의 생리를 온 몸을 이용해 정면돌파했던 우리의 아버지들. 살아남기 위해선 자기보다 어린 사람한테도 발발 기었다. 수 틀리면 그 상황에 직선적인 변수를 생각해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살아남았다. 

개인적으론 윤종빈 감독의 작품을 세 개 봤다. 아마 그 세 편이 윤종빈의 '대표작'일텐데,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앞서 두 편에서 공통되는 특징들이 또다시 반복된다. 그 특징을 두 가지로 표현하면 '남성'과 '불친절함'이다. <용서 받지 못한 자>와 <비스티 보이즈>는 군대와 호스트바라는 공간에서 표현된 남성을 이야기하고, 또 일견 영화라는 예술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친절하지 않은 서사의 흐름을 볼 수 있다. <용서 받지 못한 자>는 그 숨막히는 디테일을 이용하여 군대에서의,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의 남성과 남성이 소속된 조직(결국 사회의 보편적 환경을 구축하는)을 잘 표현한다. 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불합리-비합리-부조리 하다고 여기는 그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는가? 그리고 최종적으로 우리의 문제의식을 희석하게끔 하는 것은 무엇-누구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승영(서장원)이 느꼈던 것은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무기력이었을까? 아니면 그 두 개 전부 다 였을까? 

군대에 갔다 와본 남성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바로 그 세세한 지점들을 윤종빈은 기가 막히도록 잘 표현한다(이전까지 나왔던 '군대 영화' 중에서는 전혀 표현되지 않았던 '중요한' 것들이다). 이등병 시절 느껴지는 그 비합리, 계급이 높아지며 점점 내재화되는 그 불합리, 높아진 계급으로 인해 받게 되는 '개념 없는' 후임, 그리고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그 불합리를 어느 순간 후임에게 강요하고 있는 그 부조리. 그 쓰잘데기 없는 '엘리트'와 '고문관'의 구분. 이 체제에서 겨우 살아남은 남성들이 공통성. 윤종빈의 <용서 받지 못한 자>는 탈락한 자와 살아남은 자를 구분짓지만, 결코 살아남은 자를 예찬하거나 탈락한 자를 동정하지 않는다. 그저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일에 우리는 왜 그토록 치열해야만 했을까? 

<비스티 보이즈>는 사회에서 성(性)으로 구분되는 권력 관계가 뒤바뀐 곳, 호스트바에서의 남성을 좇는다. 그들은 그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다. 가장 '일반인'에 가까운 승우(윤계상)이 느끼는 혼란은 앞서 <용서 받지 못한 자>에서 승영이 보여준 그 괴리감과 일치한다. 하지만 승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재현(하정우)처럼 이 비루한 현실의 동력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이등병에서 일병이 된 승영(서장원)이 살아있으면 겪게 되었을 바로 그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승우가 결국 그 체계에 연착륙하지 못한다면, 승우 역시 승영이 했던 행동을 하게 될 개연성도 있다. 현실은 바로 그랬던 것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윤종빈은 최익현(최민식)을 통해 이 사회에서의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도식적으로 앞서 두 캐릭터와 상당히 비슷한 최익현은, 마찬가지로 '아직' 성장하는 캐릭터다. '성장'이라는 단어를 '변화'라고 해석해도 좋다. 어쨌든 최익현은 일반인에서 '반달'로 '변화'한다. 직장에서 부양가족이 적다는 이유로 쫓겨난 최익현에겐 살아남기 위한 변화였다. '삶에 대한 의지'로 모든 것을 뚫어낸 최익현이지만, 아들을 검사로 만들고 이쁜 손주까지 안게 된 최익현이지만, 과거 자신이 '제꼈던' 최형배(하정우)의 망령은 아직도 그의 주위를 맴돈다. 그 정신병까지도 껴앉고도 살아남아야만 했던 한 일생이었다. 자식 놈들은 아마도 자기 아버지가 한 때 마약을 팔고, 칼빵도 당하고, 몽둥이 찜질을 받고, 한 때 동생이었던 부하에게 오줌세례까지 받으면서 살아왔는지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우리 역시 엘리트 고참 태정(하정우, <용서 받지 못한 자>)이 무엇을 참으며 군생활을 했는지 모르고, 능구렁이 재현(하정우, <비스티 보이즈>)의 첫 모습이 어땠는지 모른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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