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지단 vs. 델피에로? 난 지단의 손을 들어주겠다 Zidane

먼저 지단의 커리어를 보자. 

-95/96 시즌 UEFA컵 준우승
-95/96 시즌 UEFA컵 최우수 선수
-1996년 유로96 대회 4강
-1996년 도요타 인터컨티넨탈겁 우승
-96/97 시즌 유러피언 슈퍼컵 우승
-1996년 프랑스 올해의 선수상
-1996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3위 선정
-96/97 시즌 세리에A 리그 우승
-96/97 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
-96/97 시즌 세리에A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
-1997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3위
-1997년 발롱도르 3위 선정
-97/98 시즌 세리에A 리그 우승
-97/98 시즌 챔피언스 리그 준우승
-97/98 시즌 챔피언스 리그 최우수 선수
-97/98 시즌 이탈리안 슈퍼컵 우승
-97/98 시즌 도요타컵 우승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1998년 프랑스 올해의 선수상
-1998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수상
-1998년 발롱도르 수상
-1998년 옹즈 선정 최고의 축구선수상
-1998년 올해의 유럽 미드필더 선정
-1998년 올해의 프랑스 스포츠 선수
-1998년 월드 사커紙 선정 올해의 선수상 수상
-1998년 월드컵 올스타 베스트11 선정
-1998년 올해의 유럽 축구 선수상
-1998년 UEFA 골든볼 수상
-1999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4위
-2000년 유로 2000 우승
-2000년 유로 2000 MVP
-2000년 유로 2000 올스타 선정
-2000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수상
-2000년 발롱도르 2위
-2000년 옹즈 선정 최고의 축구선수상
-00/01 시즌 세리에A 최우수 선수상
-00/01 시즌 세리에A 최고의 외국인 선수상
-2001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4위
-2001년 역대 최고의 이적료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6400만 달러)
-01/02 시즌 스페인 슈퍼컵 우승
-2001년 옹즈 선정 최고의 축구선수상
-01/02 시즌 챔피언스 리그 우승
-01/02 시즌 챔피언스 리그 최우수 선수상
-01/02 시즌 프리메라 리가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
-01/02 시즌 도요타컵 우승
-01/02 시즌 UEFA 슈퍼컵 우승
-2002년 프랑스 올해의 축구선수상
-2002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3위
-2002년 발롱도르 4위
-02/03 시즌 프리메라 리가 우승
-02/03 시즌 스페인 슈퍼컵 우승
-2003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수상
-2003년 분데스리가(독일) 선수들이 선정한 최우수 선수
-2003년 레알 마드리드 서포터 선정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2위
-2004년 UEFA 주관 '팬들이 선정한 지난 50년간 최우수 선수 투표'에서 1위
-2004년 유로 2004 대회 8강
-2004년 유로 2004 올스타 선정
-2004년 피파 올해의 선수상 4위
-2006년 센츄리 클럽 가입(A매치 100경기)
-2004년 피파 선정 역대 최고 베스트 11 미드필더 선정
-2006년 독일 월드컵 준우승
-2006년 독일 월드컵 골든볼(대회 MVP)
-2006년 현역 은퇴
-A매치 108경기 31골. 

굉장히 화려한 커리어다. 현역 선수 중에는 팀 부문과 개인 부문을 합쳐 브라질의 축구 황제 호나우도 정도가 이 정도에 해당한다. 그야말로 아무나 달성할 수 없는 커리어인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커리어가 그 선수의 실력을 절대적으로 평가하거나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아니다. 단지 하나의 자료로서 존재할 뿐이다. 우리들은 어마어마한 축구 실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력에 맞는 영광을 결국엔 달성하지 못했던 수 많은 축구 선수들을 알고 있다. 로베르토 바지오가 그랬고, 루이스 피구가 그랬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것 역시 알고 있다. 바지오는 세리에a의 레젼드였으며, 94년 월드컵에선 토너먼트부터 거의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으로 팀을 결승 무대에 올려놓는다. 루이스 피구 역시 챔스 우승을 들어 올렸으며, 2000년대 이후의 국제 무대에서 발군의 기량으로 조국 포르투갈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축구 강대국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본인의 결정적인 실수나 팀내 다른 선수들의 실수에 의해 많은 우승컵을 차지하지 못했다(리그 제외). 94년 월드컵 결승전에서의 승부차기 실축과 유로2000 4강 연장전에서의 사비에르의 의도적인 핸드링 파울은 각 팀의 에이스였던 바지오와 피구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줬다. 

우리의 머릿 속에 기억되는 수많은 스타들은 실패를 밑거름으로 성장해왔다. 실패가 없던 선수는 없었다. 앞의 저 눈부신 커리어를 자랑하는 지네딘 지단도 보르도 시절 UEFA컵 결승에서 미끄러져 준우승, 96년 유로 대회를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해 결국 프랑스는 4강에 머물렀고, 유벤투스 시절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미끄러져 준우승을 했다. 그리고 2002 한일 월드컵에선 대회 직전 가진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에서 피로 누적으로 인한 부상을 당해 프랑스는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이 정도면 피구나 바지오처럼 억울하지 않았겠는가? 98년 월드컵 우승의 영광 앞엔 이토록 많은 실패가 있었던 것이다. 98년 월드컵 이전까지만 해도 충분히 운이 없는 선수가 아니었을까? 물론 후에는 월드컵 우승과 준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 유로 대회 우승을 모두 석권한 지단이지만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지단은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많은 기회를 만들었고, 그 기회 중 나름대로 많은 것을 얻었을 뿐이다. 기회 그 자체를 많이 만들어 냈던 것은 지단의 힘과, 뛰어난 동료들의 힘과, 그리고 운명의 신의 축복이었던 것이다. 호나우도도 마찬가지다. 그는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할 만큼의 심각한 부상을 딪고 그 자신의 힘으로 월드컵의 새로운 전설을 만들어냈다.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그리고 운명의 신의 축복과 함께 말이다. 

그렇다면 운명의 신이라는 '운'은 사람을 가려가며 오는가? 그렇다. 이것이 인생의 아이러니다. 변변한 직장도 없고 가진 재산도 없던 사람이 어느날 로또 한 방에 인생을 역전시킬 수도 있다. 인생에 있어 '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운'이 있는 사람일지 아닐지 정확히 예단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운'이란 것을 기다려도 될만한 기회를 자주 만들어내는 것일 뿐이다. "나머지는 신에게 맡길 뿐"이라는 말은 이러한 의미에서 사용되는 것이다. 04/05 시즌 이스탄불에서 열린 AC밀란과 리버풀 간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신은 왜 리버풀의 손을 들어줬을까?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알 필요도 없는 것이다. 리버풀의 선수들은 결국 10분만에 3점을 몰어넣고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에 승부차기에서 셰브첸코와 세르징요의 실축을 뒤로 하고 우승컵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그들의 실력으로 3점을 넣고 동점을 만들지 못했더라면 그러한 행운도 없었을 것이다. 리버풀은 AC밀란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아주 조금 우세하여 그 경기를 겨우 가져갔는가? 아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객관화시킬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그 '객관적인 전력'에선 리버풀보다 AC밀란이 더 좋았지만, 우승컵은 리버풀이 가져간 것이다. 그게 끝이다. 더 붙일 수 있는 말은 없는 것이다. 

지단을 가리켜 '운이 좋은 선수'라는 평이 많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 말은 틀린 말이다. 지단이 운이 좋은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운이 없는 것이다. 지단은 개인의 기량이 좋은 동료들과 함께 팀으로 그대로 옮겨간 케이스로 판단할 수 있다. 지단의 기량이 98이라면, 팀의 기량도 98인 것이다. 매우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좋은 팀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피구같은 경우의 선수의 기량이 99라면, 팀의 기량은 그보다 조금 덜했던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수치화된 기량이 우승컵의 행방을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앞에서 계속 말해왔다. 그 이후의 일은 어느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델 피에로가 아닌 지단의 손을 들어주는 이유는, 이미 심판의 한쪽 손이 지단의 손만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로 2000 결승전에서 델베키오의 멋진 슛이 그대로 결승골이 되었었다면, 그래도 링 위의 심판은 델 피에로가 아닌 같은 팀의 에이스였던 프란체스코 토티의 손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우승은 또다시 델 피에로가 아닌 칸나바로의 손을 들어주었다. 델 피에로는 여러번의 국제 대회에서 영광의 정점에 군림할 수 있는 운이 없었던게 아니라,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유로2000에선 같은 팀 토티의 활약보다 좋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토티가 부상으로 인해 100%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06 월드컵에서조차 토티를 밀어내고 팀의 공격 에이스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정도라면, 결국 우승하더라도 정점의 영광은 다른 선수한테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것은 06월드컵의 영광의 정점이 칸나바로, 피를로, 부폰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해서 증명되었다. 

그러나 지단은 어떤가? 그의 기량이 이미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은 그 자신의 발언을 통해서, 또 축구팬들의 눈에 비치는 그의 퍼포먼스에서 그대로 증명되었었다. 더이상 리그 경기와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병행할 수 없을 만큼의 체력 저하는 티비를 통해서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프랑스 대표팀이 06월드컵 직전까지 무난한 성적을 보였다면 그가 돌아올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그래서 그는 돌아왔다. 그래서 06 월드컵 골든슈를 차지했다. 만약 어떤 선수가 공격 부분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 팀을 결승까지 올려놨다면, 98년의 호나우도와 같이 그 선수는 골든슈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선수는 없었다. '상'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 우위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지단이 98년의 호나우도, 02년의 올리버 칸과 같이 독보적인 활약을 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우승후보 1순위였던 브라질을 은퇴 직전의 늙은 축구 선수 혼자 농락시키던 그 모습만큼 독보적인 활약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 부폰과 칸나바로는, 그들도 충분히 독보적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대단했지만 수비수라는 한계가 작용했다. 

나는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운'과 '실력'이라는 것에 대해 종종 헷갈리곤 했다. 지금도 많이 헷갈린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이고 그 기회란 것은 자신의 실력으로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운은 가장 마지막에 작용하는 통제불가한 기제라는 것이다. 운을 잡으려면, 자기가 그 위치에 올라가 있어야 한다. 지단과 델 피에로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나의 머릿 속엔 항상 이런 비교가 떠오른다. 별다른 생각 없이 목동에 융자받아서 산 아파트의 가격이 몇년 뒤 엄청나게 올라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사람도, 그 당시 은행에서 융자받을 수 있을만한 능력(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러한 운을 겪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당시 은행에서 융자받는 것에 실패해서 결국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했다면 몇년 후의 행운도 겪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융자라는 것을 대표팀 승선과 '에이스'로서의 지위라고 생각해본다면, 지단은 융자를 받을 수 있었고 델 피에로는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결국 운이 아닌(은행이 그 사람의 행운을 기준으로 융자를 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들의 실력에 기인한 융자 여부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주변 상황이야 행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만, 프랑스 대표팀이나 이탈리아 대표팀이나 대단한 선수들로 채워져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델 피에로는 유벤투스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두 시즌 동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긴 상태였고, 지단은 급격한 체력 저하와 포지션 변경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결국 은퇴 시즌까지 주전으로 뛸 수 있었다. 만약 호나우딩요라는 차세대 스타가 FC 바르셀로나가 아닌 레알 마드리드 CF로 왔다면 그런 지단은 호나우딩요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런 가정은 필요없다. 결국 호나우딩요는 바르셀로나로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디아푼타'로서의 지단은 세비야의 El Crack이었던 훌리우 밥티스타나 레알 마드리드의 두번째 주장 호세 마리아 구티에게도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다. 이것은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인 것이다. 파비오 카펠로가 로마를 떠나 유벤투스로 오지 않았다면 델 피에로는 계속 주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카펠로는 결국 유벤투스로 왔고, 그는 델 피에로가 아닌 즐라탄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탈리아 대표팀의 감독인 마르첼로 리피는 델 피에로가 아닌 질라르디노와 토티를 선택했다. 이것이 결론인 것이다. '가정'이라는 것은 끝도 없이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결론'이라는 것, 혹은 '결과'라는 것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가정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하지만 이것은 역시 상대적인 비교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두 선수'를 글로 표현한 것이다. 둘 다 위대한 선수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델 피에로는 유벤투스라는 세계 최고의 클럽의 상징적인 선수였고, 지단은 프랑스 최고의 전성 시대의 정점이 아니었던가. 두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누가 낫다, 누가 떨어진다는 논쟁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 누구 말마따라, 지네딘 지단과 알레싼드로 델 피에로는 우리의 젊은 시기를 열광과 희망으로 이끌어 주었던 주인공들이 아닌가. 신이 지단의 손을 들어주었든, 델 피에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든 그것은 상관없다. 내가 지단의 손을 들어주고, 델 피에로의 손은 '핀투리키오'의 팬들이 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팬과 축구 선수의 관계란 그런 관계가 아니겠는가?

덧글

  • 무펜 2012/02/26 09:53 #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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