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실패로 끝난 첫 연애[2-2] love affair

그 해 9월, 그러니까 2001년 9월 중순에 그녀와 나는 연애를 시작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연애다운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100일이 되는 날의 전 날에 그녀에게 고백했고, 우리는 그 다음 날, 그러니까 크리스마스 이브가 100일이 되는 날부터 연애를 시작했다. (그 시절 여자애들은 그렇게도 22일(투투)니 100일이니 그런 걸 좋아했었다. 지금도 그런가? 어쨌든 나를 비롯한 남자애들도 여자애들의 그런 생각에 휘말렸었던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쨌든 상관 없었을테니까.)

며칠 만에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그랬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여기서 기억나는 것 한 가지. 난 그 때 치마 입은 여자애들을 좋아했다. 펄렁거리는 치마 말고, 청 소재의 미니스커트(요즘 기준으론 '절대' 짧지는 않았던)를 좋아했었는데, 그녀는 교복 이외엔 청바지 밖에 없던 애였다. 하지만 내가 '난 그런 스타일이 좋아'라는 말을 하자, 이내 청치마를 하나둘 씩 입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치마가 더 편해서 이젠 바지를 못 입겠다며 그런 말을 했었다. 어쨌든 그녀가 나와 사귀었던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거의 항상 치마를 입었었다.

우리는 평범한 데이트를 했다. 9시에 학교 야간자율학습(야자)이 끝나면 나는 30~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그녀의 동네(창원시 상X동)로 갔다. 두어 시간 동안 근처 놀이터에 앉아서 놀거나 그냥 걸었었다. 요즘과는 달리 그 시절엔 밤 늦게까지 여는 카페 같은 것이 전무했다. 비디오방 그런 곳은 청소년 출입 불가였고, 학생이니 지금과 마찬가지로 당연히 차도 없었고, 그래서 거의 모든 시간을 밖에서 보냈다. 그녀와 내가 만났던 시기 초기는 가을과 겨울, 밖은 점점 쌀쌀해지고 있었다. 하여 우리는 걸으면서 몸을 데웠던 것 같다. 서로 한창 때 청춘들이 꼬옥 붙어있으니 걷지 않았어도 열이 올랐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한두 달쯤 만났을 때, 나는 그녀와 키스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물론 뽀뽀는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장난스럽게 했었지만, 키스는 당연히 뭔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뭐 그렇다고 키스에 대한 환상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막연히 '해야만 한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상x동 초입에 있는 은아아파트를 지나고, 토X중학교(혹은 신X중학교) 앞을 지나 그 옆에 있는 하천을 지나기 전, 거기서 그녀와 나는 첫키스를 했다. 그 때가 아마 토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길거리에는 지나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나마 저녁 늦은 시간이라서 그리 많은 건 아니었지만, 그녀와 내가 처음 키스를 한 곳은 그렇게 구석에 짱박힌 곳도 아니었다. 그래도 그냥 신경쓰지 않고 계속 했다. 30분쯤 그렇게 계속했다. 마치 능숙한 것처럼, 티비에서 본 그대로 흉내를 내니 아주 자연스럽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키스를 한 건 기억이 나는데, 그 다음 어떤 이야기들을 했고 무슨 행동을 했는지 잘 떠오르진 않는다. 일기라도 적어둘껄...

어쨌든 그 후로 그녀와 나는 키스를 '정말로' 많이 했다. 나도 키스를 좋아했고, 그녀도 좋아했다. 하지만 키스 역시 내 몸의 변수를 창조하곤 했다. 또 여기서 기억나는 한 가지. 내가 고딩일 땐 바지를 줄여입는 게 유행이었다. 지금도 그런가? 변X수나 이X충 같은 양아치들은 거의 사이즈를 5정도로 해서 입고다녔지만, 난 건전하게 7정도로 해서 입고 다녔다. 나는 걔네들에 비해 키가 커서 너무 줄이면 머리가 더 커보일 위험이 있었고, 실제로 7 밑으로는 잘 들어가지도 않았다. 언제 한 번 변X수는 4반을 입고 와서 나를 경악케 했었지...

어쨌든 그렇게 줄여 입고 다녔으니, 당연히 그 '신체적 변화' 역시 더 신경쓰였다. 그래서 주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다. 그러니까 한 쪽 손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있고, 나머지 한 쪽 손은 바지 호주머니 안에 손을 넣어 그 변화가 티가 나지 않게 하곤 했다는 말이다. 손을 잡기만 해도 그 정도였으니, 키스를 하면 도대체 어땠겠는가?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그 시절에는 모두들 그랬지, 흐흐.

그렇게 사귀다가 100일 되었다. 그 해 크리스마스 때 뭘 했더라?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뭔가 그녀에게 선물을 사줬을텐데, 뭔지 잘 모르겠다. 그녀는 나에게 선물과 함께 '러브장'이란 것을 줬다. 그 러브장은 아직도 우리집에 있다. 몇 년 전까진 가끔씩 정리하다가 펼쳐보곤 했다. 아니, 방금 읽어보니 그 러브장이란 건 100일 때 받은 게 아니다. 뭐 1년 기념으로 받은 것 같은데, 그럼 또 다른 걸 받았는데 그건 언제 받은 걸까?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