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나는 꼼수다>, 그리고 정봉주의 구속에 대한 단상 society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주역 중 한 명인 정봉주가 몇 주 전 구속수감 되었다. BBK와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혹은 특정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다. 1년 짜리 징역이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피선거권 박탈이다.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판결이지만, 실제로 그가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하게 될지는 의문이다. 잊혀지든 잊혀지지 않든, 그는 몇 년 안에 복권될 것으로 본다.

어쨌든 나꼼수가 한동안 큰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실제로 지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박원순의 당선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가 뭐래도 나꼼수였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은 박원순에게 네거티브를 거는 나경원에게 그대로 네거티브를 돌려주었고, 그 결과 나경원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불고 있는 정국의 소용돌이의 서막을 나꼼수가 오세훈과 함께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지면 안되기 때문에, 나꼼수를 향한 소위 지식인(당장 떠오르는 인물들은 김규항, 진중권, 허지웅, 이택광 등)의 비판이랄까, 뭐 더 부드럽게 인식한다면 걱정이랄까, 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들의 주장은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지면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소위 '가짜 진보' 논쟁이다. '진보 감별사' 김규항이 시작부터 그랬으며, 칼라TV 논쟁에서의 진중권, 데모 나갔다가 여러 번 고생했다는 허지웅은 나꼼수(와 그 팬들)가 말하는 '안티 이명박'이 우리 사회를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나꼼수에 대한 열광에서 보이는 파시즘의 광기는 진보,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아주 큰 상처를 안겨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점에는 어느정도 동의한다. 21세기 벽두에 대한민국을 신흥 강국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여겨졌던 황우석은 대중들에게 큰 상처를 안겨주었으며, 이러한 '광풍'은 심형래를 지나 이제 나꼼수로 이어졌다. 물론 나꼼수 광풍은 황우석이나 심형래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직 그들이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고, 앞의 두 이슈가 가지고 있던 민족 코드가 없기 때문이다. 나꼼수는 민족 이데올로기를 건들지 않는 점에서 파시즘의 또다른 형태라고 보기 어렵다. 즉 앞서 언급한 진보 지식인들이 말하는 지점과 파시즘의 유사성은 안 좋은 단어로는 '광기' 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저 지식인들은 파시즘을 걱정하는게 아니라 단지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사용하게 만들 '광기' 그것 자체를 혐오하는 듯 하다(특히 진중권).

김규항과 허지웅은 사실 앞 문단에서 말한 것과 조금 다른 측면에서 나꼼수를 비판한다. 이 두 지식인은 나꼼수 지지자들이 말하는 '나꼼수로 인해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라질 미래'의 허구성을 지적한다. 그들은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지식인의 역할이란 대중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든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여기에 공지영이 이른바 '축제 같은 시위'를 언급하며 기존 좌파들을 분노하게끔 하였다. 김규항과 허지웅이라면 아마 아주 분노했으리라. 누군 그러고 싶지 않아서 바보 같이 자학하는 시위를 하겠냐는 식으로 말이다. 일리가 있다.

다만 마키아벨리의 말대로, 냉철한 현실인식은 모든 이상을 꿈꾸는 것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 자학적인 시위의 열매가 그들의 노력만큼 나오진 못했다. 많은 이들이 다쳤고, 그렇게 죽어갔다. 공지영은 그 아픔을 말한 듯하다. 죽어서도 해결이 안되는데, 그럼 살아서 다른 방식으로 투쟁해보는게 어떻겠냐고. 다만 이 지점에서 선택이 요구된다. 논리와 이상을 굽히고 대중에게 다가갈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 아마 허지웅이나 김규항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세상은, 아직은 대중들에게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있을 수 밖에 없는 대중과 지식인의 괴리 때문에...

개인적으로 내 사상은 김규항-진중권과 비슷한 것 같다. 김규항보다는 덜 진지하고, 진중권보다는 좀더 진지하고 투박한. 다만 이들 지식인들에게 아쉬운 것은, 나꼼수를 향한 그들의 지나친 비난이다. 즉 이것은 대중을 향한 비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공격을 생각보다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나꼼수를 듣는 이들이 100이라면, 그들을 비난하는 이들은 1명이 채 되지 않을텐데, 그들은 나꼼수 팬들의 '광기'를 지적한다. 마치 키보드워리어들처럼, 그들은 상황을 침소봉대하면서 다른 이들마저 끌어들여서 '이것봐라, 이게 광기야' 이렇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감정은 쓸데없이 더 소모된다.

고은태라는 사람이 트위터에 문재인에 대해 쓴 글을 봤다. "왜 특전사를 갔는가, 시기가 좀 꼬였으면 광주로 갔을 수도 있었잖아" 라는 정도의 글이었다. 나도 명확한 사실관계는 모르지만, 사실관계를 모르기는 그 역시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였다. 가끔 지식인들도 삽질을 한다.

어쨌든, 뭐 나꼼수 광풍이 큰 문제를 야기하기야 하겠다. 애초에 조직이 없는 집단인다. 조직적으로 뭔 사고를 치려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대중도 언젠가 지칠 것이고, 이미 조금 지친 것으로 보이지만, 굳이 그렇게 각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 더 잘하게 하기 위함이라지만, 내 해석으론 허지웅이나 이택광 같은 이들은 아예 듣지 않는게 좋다라는 식으로 말하고, 한발 더 나아가 '들으면 나쁘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꼼수에 대한 비판을 한 허지웅은 그것에 대한 반격으로 왔던 인격모독 등에 그런 식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었을까? 끝까지 논리와 지성으로 담담하게 맞받아치는게 낫지 않을까? 함량 안되는 그런 욕들은 무시할 정도가 되야 글쟁이로서의 소신과 정중동도 가지고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나꼼수와 일부 지식인들의 반목-불화는 참 아쉽다. 누구나 다 현실 정치가 어떤 식으로든 바뀌는 것을 원하는데, 나꼼수와 지식인들의 반목은 보수-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진보-진보의 싸움으로 여겨진다. 개인적으론 나꼼수나 그 팬들을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 사회에서 그들은 '좌빨' 아닌가. 기회주의 세력의 정리 이후에 싸워도 늦지 않다. 노무현 탄핵정국이 이끌었던 그런 상황을 다시 한 번 만들 수 있고, 또 이번은 두 번째가 될테니 더 잘해야 한다. 친노도, 진보도 말이다. 바야흐로 시절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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